

아침 5시 50분. 아!~큰일났다.벌써 시간이... 일찍 일어났어야 했는데 안방 문 을 여니 오늘따라 남편도 정신 없는 한밤중이다. "여보 빨리 일어나요." 조그맣고 다급한 목소리로 깨우자, 벌떡 일어나 화장실을 향한다.
그사이 얼른 쓰레기를 담아낼 비닐봉지 두개 와 스피아 차키를 꺼내놓고 "되도록 빨리...6시 30분이나 7시쯤엔 일어 날거야." "걸레 하나 줘" "예" 걸레와 비닐봉지를 챙겨 들고 살금살금 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시간을 다시 본다 무사히 잘 마쳐야 할 텐데.... 가슴이 두근거린다.
오늘 9시까지 출근한다 했으니 잘하면 일어 나기전 대충은 일을 마칠 수도 있을텐데 이변이라도 생기어 일찍 일어나거나 갑자기 차에 다녀온다고 주차장을 내려가는 날이면 큰일이다.
어젯밤 오늘아침 조반준비를 마침 다 해놓은 터라 주방에서의 딸그락 소리는 안내도 된다. 컴터 에 앉았지만 음악소리도 맘껏 못내고 볼륨을 낮춘다. 시간을 보니 6시 39분. 어느 정도나 했을까?
성격 꼼꼼한 남편이 또 차분하게 천천히..시간을 잡으면 안되는데...가서 도와줄까? 아니다. 내 슬맆퍼 는 소리가 나는데 예민한 뽀삐랑 강아지 주인이 눈을 뜨기라도 하면 큰일...! 차 안을 먼저 치워야 하는데 혹시라도 들켜서 중단을 할 경우 어느 쪽이 더 시간이 적게 걸릴것인지.. 겉은 그래도 손을 대도 크게 뭐라 안하는 녀석 이지만, 안은 더 난리를 칠텐데...
6시 45분. 이제 한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어느 정도 진전이 됐을까? 아휴!~정말 이건 못할 짓이다. 이런 스릴감은 너무 싫다.
헉!~ 금방 무슨 소리가 난듯 한데...다시 조용하다. 다행이다. 애가 방문을 열고 밖에 나오는줄 알았다. 이제 슬슬 일어 날때가 된것 같기도 한데..음악소리를 더 줄인다. 운이 좋아서 끝마칠 때 까지 안 들킨다 해도 나중에 누가 했다고 해야 하나~ 아무래도 같은 여자인 엄마가 했다고 하는게 낮겠지.
아이구..저 녀석은 도대체 누굴 닮은 거야~청소도 안 하는 녀석이 누가 해주는 것도 질색이니... 도대체 이게 무슨 짓 인지. 이렇게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면 건강에도 안 좋을텐데... 이제 6시 52분. 여차하면 핸드폰으로 연락을 해준다고 했는데...
제발 막내야 오늘 아침은 늦잠 좀 자거라. 늦어서 아침밥을 못 먹여도 좋다. 오늘만큼은 푸욱~~잘 자거라 이넘의 막둥이 새끼야!! 남편에게 전화로 물어볼까? 아니다. 전화 받을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하게 놔둬야지.
또 뭔가 퍽 소리! 아큭~~ 문을 여는 소리. 어쩌나 벌써 나왓네 욘석 저벅저벅 소리. 소리가 제법 크다.
아! 다행히 남편이다. 송글송글 땀이 맻힌채 한 보따리 짐을 들고 온다. 어? 벌써 다했나~ 안방으로 들어가고..다시 또 한 보따리... 말끔하게 치워진 안방 침대 옆에 쓰레기 봉지가 두개. 안방욕실로 두 쓰레기 봉지를 옮기려 하니 남편이 말린다.
"왜?.. 혹시 안방에 들어올지도 모르잖아" "그쪽에 놔 두는게 더 안전해." "방에 들어오면 어쩌려고?"
"이쪽 욕실은 가끔 들어가도 침대 옆엔 잘 안오니 저쪽이 더 나아." "알았어요. 겉도 닦았어요?" "아니 우선 속만 했어. 겉은 괞찮아."
바깥도 해야 하는데...시간을 보니 7시. 이제 일어날 시간이 가까웠지만, 설령 들켜도 밖은 괞찮을텐데.... 그런데 한 시간 동안 수고한 남편 모습을 보니, 시간에 비해서 너무 수고한 모습이다. 그냥 놔두자. 이따 저녁에 해달라고 하면 되지.
"내가 했다고 할테니 당신은 모른척 해요." 휴!!~~ 한숨을 쉬는 남편. 다 큰 자식 뭐라 혼내지도 못하고 이런 007 작전을 펴야하는게 답답한가 보다.
커피 한잔을 들고 텔레비전 을 켜는 남편 옆에 어느새 막내와 같이 잠을 자는 뽀삐가 나왔나보다. "나왔어~~" 답답함을 사라지게 해주는, 요즘은 막내보다 더 귀여움 받는 뽀삐에게 말을 건네는 소리가 다정다감하다.
어찌 동물이 사람과 한 집안에 같이 살 수있느냐 난리를 치던 내게 세상에 이런 일이~ 되어버린 귀염둥이 우리집 강아지. 가끔 집안 분위기를 급속도로 바꿔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해서 더 고맙고 사랑스럽다.
7시 13분. 왠일인지 아직 나오질 않는 막내. 이젠 편안하게 텔레비젼 볼륨을 높이고 있는 남편.
조금 멈추어진 내 심장의 박동소리. 막내방 에서 들리는지, 내 환청인지...샤워 물줄기 소리가 들린다. 그래!~뭐를 하던 늦게 늦게...되도록 느읒게 거실로 나와다오. 오늘 아침은 너 굶겨도 좋다고~ 후후후
7시 21분. 9시 출근 이면 8시 55분엔 집을 나갈텐데... 어쩌나~ 찌개를 댑히고 아침을 먹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갑자기 또 차에 다녀온다고 주차장에 내려가지만 않으면 되는데, 차 속이 자기 비밀 금고나 되는 양 뭐든 가져다 쌓아두곤 가끔 차에 다녀온다고 지하주차장까지 오르락 거리는 녀석이라 오늘은 어떠할지 모르겠다.
차라리 안전하게 출근시간이 임박해서 몸짓이 바빠 질때 태연하게... "너 오늘 시간 없을것 같아 엄마가 스피아 키로 니 차 청소했다" 하는게 낮겠지.
에그... 오늘은 이래저래 좋은 일 하고도 착한 엄마 소리듣긴 틀렸다. 청소를 했다 하면 눈이 환할정도로 반짝반짝 별빛을 만들어내는 막내가 그 한번을 하기가 어찌나 어려운지,우리집 에서 제일 바쁜 딸내미 인지라 시간도 없겠지만, 그 이쁜 차를 엉망으로 만들어 내고... 만물백화점 인지,고물상인지...차 안에 도대체 없는 게 없다.
정이 많아서인지 무엇 하나 버리지 못하는 성격. 이것은 어째서....저것은 또 어째서...물건은 물론이고 종이 한장에도 다 애틋함을 느껴대니 뭐든 버리질 못하고 제일 안전한 자기 차 안에 모셔둔채 애지중지 그저 함께 다닌다.
오늘은 한국에서 여중 동창이 여행손님으로 이곳에 왔다는 기별에, 40년 만에 처음 만날 동창 친구를 퇴근길의 막내가 함께 동행을 해준다고 했는데, 차 청소를 안 해놔서 벌어진 헤프닝 이다. 자기 물건에 손을 대는걸 엄청(정말 엄청나게) 싫어하니 해줄 수도 없고, 저 또한 시간이 없으니 하지도 못하는걸 아는데... 이크!~드디어 나왔다.
얼굴에 잠이 덜깬 몽롱한 얼굴로 다시금 들어간 뽀삐를 안고 나오더니 주방에 전기스토브를 켠다. 아!~다행이다 밥을 먹을려나보다. "엄마가 해줄께." 얼른 불을 켜고 국과 찌개를 댑힌다.
이 녀석이 샤브샤브 를 좋아해서인지 그것만 해놓으면 밥을 빼먹지 않고 잘 먹는다. 밥상을 챠려주곤 최대한 늦게 밥을 먹게 하고저 별 생각이 없는 내 것도 준비해서 컴터 옆 테이불에 나란히 앉는다.
인터넷을 하면서 아침을 먹는 아이에게 좀더 시간을 벌려고 말을 계속 시킨다.. 이런저런..재미없는 온갖 소리에 애가 별 반응을 안 보인다. 엄마는, 엄마가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자신은 모른다 할 정도로 말을 하면 까르륵 숨이 넘어가게 웃는 아이가 오늘은 재미가 없는지 무표정이다.
그래도 머리속 에선 계속...담엔 또 무슨 말을 하지?...또 또.. 억지로 이러다보니 이무래도 자연스럽지 못한 엄마의 태도에 눈치를 챌 것 같아 그만 스톱을 했다. 이래저래 시간을 보니 8시 4분이다. 원래 10분이면 대충 밥 수저를 놓는 아이에게 3배나 시간을 벌은 셈이다. 이제 샤워를 하러 들어간다.
설거지 를 하면서 후!~하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웠다. 조금 편안하게 쉬고 있는데, 이크~ 뒤에서 뭔가 지나가는 느낌이 들어 돌아보니 아이가 뭘 가질러 나온듯 하다. 이래서 죄 짓고는 못사는가 보다. 우잉!~그런데 이것도 죄일까?
이제 8시 40분. 이젠 어느 정도 소화도 됐을듯 싶고 샤워도 마쳤으니 이제 살살 방에 들어가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얘기를 해줘야 할것 같다.
아!~ 또 떨리기 시작한다. 애가 큰 예민반응 안보이고 넘어가줘야 하는데... 아침 출근길의 아이를 기분 나쁘게 하면 안되는데...!
차에서 꺼내온 막내 지갑을 주면서 자연스레 얘기를 하려다 생각하니 혹시나 눈화장 을 하는 시간은 아닌가 싶어 다시금 거실로 나왔다. 28살이 되도록 화장이라곤 아이라인 하나밖에 안그리는데...유일한 화장인 그 아이라인을 기분나쁜 상태에서 그리게 하면 안된단 생각이다.
다시 살짝 들어가니 가뜩이나 똥그란 눈에 예쁜 줄하나 까맣게 올려져 있다. 저 이쁜 눈이 별일 없이 화난 눈빛으로 되질 말아야 할텐데… 지갑을 주면서...
"막둗아! 너 오늘 시간이 없을것 같아 엄마가 아침에 차 청소 했어 여기 지갑 있다." 아니라 다를까? 큰눈이 더 커진다. "왜 했어어~~내가 하려고 했는데". "니가 시간이 없잖아.( 최대한 자연스러운 목소리다) 그리고 차 안에 있던 물건들은 하나도 안 버리고 봉지에 다 담아뒀다."
"어딨어?" "안방에"... "왜 안방에 놔둬?" "응 가져다 줄께."
낑낑 대고 가져오는 두 보따리를 보더니... "왜 트렁크까지 손을 대?" "혹시 문 열일이 생길지도 모르잖아" ( 아!~다행이다 이 정도면...)
조금 있으니 딸 방에서 아!~작은 비명 소리가 난다. 강아지의 긴 손톱이 막내다리를 할퀴었나 보다. "어~ 왜 그래?.." 강아지를 혼내면서 시선을 강아지 에게 돌리려 하는데,
"엄마 오늘 크라운 호텔에서 차 마셔" "왜?" "그곳도 커피숖 있잖아. 기분 나빠서 다른 곳 안가고 싶어." "그럼 안돼에~ 그곳 로비에서 만나서 다른곳 에 가자고 벌써 약속 했는데... 엄마 보러 멀리까지 왔는데 그럼 너무 미안하잖아"
아무 말 안한다. 빨리 여기서 스톱 하고 딸 내미 눈앞에서 사라져야한다. 후후후~ 강아지를 대리고 다시금 나왔다. 시간이 9시가 다 되니 더 이상 말을 안한채 출근을 한다.
아!~ 드디어 끝났다. 3시간 동안 줄곧 가슴을 태우던. 도대체 누굴 닮았을까? 이 녀석은... 차를 타면 말끔해진 그 안에서 기분이 좋은 게 아닌, 또 뭔가 다 잃어버린것 처럼 허전한 마음일지 모르니 미안하기 그지 없지만...
으이그~힘들다. 자식 키우기....!
27/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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