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한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새벽, 산에 가는 길에 바람에 눈처럼 그렇게 하롱거리며 떨어지는 꽃잎들을 밟고 가며 문득 생각난 시 한 구절...
꽃이 떨어지듯 오늘, 일가 오빠께서 먼 곳으로 떠나 가시는 날이다. 가족들의 오열 속에 그렇게 가시는 날, 대전에서 어디로 모시려나~
소처럼 큰 눈에 늘 입술이 거무죽죽해 병약해 보이시던 오빠!
작년 봄, 막내 아들 결혼식에서 혼주대표로 마이크를 잡고 인사를 하셨을 때 -아마도 생전 처음 많은 이들 앞에서 말씀하셨을 것이다.- 수줍게 떨리는 음성으로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하다는 그 말씀도 채 못해, 계면쩍은 웃음으로 마무리해서 모두들 따스히 웃었는데....
1년 전,주위에선 이미 암에 걸렸음을 아는데, 당신은 그저 건강진단이려니, 별 거 아니거니~ 하시며 내 안부 전화에 밝은 음성으로 받으시더니, 며칠 전, 언니가 메일로 그 오빠, 복수도 차고 해서, 병원에 입원하셨는데 바로 담날 퇴원하셨다더라고 전하더니만,
바로 그제, 그예 돌아 가셨단다.
무지 순하디 순한 오빠! 직장 때문에 고향 안양을 떠나 낯선 대전에서 터를 잡으셨는데, 하여 몇 년에 한 번 볼까말까 하다 요행히 놀토라 첨으로 작년 오빠네 혼사에 참석했었다. 그 때 예전의 아저씨 모습 고대로라 놀랐었는데.... 얼마나 반가워 하시던지.....
초등교사에 공무원에, 이리 4명의 딸들 모두 잘 키우시고 막내 아들도 서울서 뭔 사업을 해 잘 산다고 해 참 잘 됐다 싶었다.
그야말로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 온갖 고생을 다 겪으셨던 분,
오늘 가시는 길에 하롱하롱 떨어지는 꽃비 맞으시며 73년의 이승에서 어깨에 지워진 모든 것 다 내려 놓으시고 편안한 곳에서 이젠 맘 편히 사시기를...... 아참, 교회를 올캐가 다니셔서 함께 나가기 시작하셨다니, 분명 천국을 향해 가실 거다.
빙긋이 웃으시며, 훌훌 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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