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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도, 장로님도, 집사님도 추천도서 읽는 두암중앙교회 김호석 2011-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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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duam.onmam.co.kr/bbs/bbsView/58/181280

사장님도, 팀장님도, 아줌마도 책 읽는 설렁탕집

사장님이 정해준 책, 매달 읽고
독후감 안 쓰면 승진 불이익
처음엔 솔직히 "서빙도 힘든데 웬 책"…
1000원 깎아 달라하고 뜨거운 뚝배기 던지고
화나고 속상한 마음, 책 읽으면서 다스려

고소한 설렁탕, 김 나는 수육, 풋풋한 다진 양념 차려내느라 24시간 체인점 '신선설농탕' 직원 1000여명은 쉴 틈이 없다. 매달 25일 이들은 더 바빠진다. 관리자는 매달 한 권, 일반 사원은 석 달에 한 권씩 의무적으로 '사장님'이 정해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적어내는 날이라서다. 안 읽고 안 쓰면 인사고과에 마이너스. 독후감 안 쓰면 승진도 못 한다. 오청(45) 사장이 일일이 읽어보기 때문에 적당히 베껴서 낼 수도 없다.

↑ [조선일보]

↑ [조선일보]평소 독후감 잘 쓴다고 칭찬받는 직원들이 17일 오후 각자 좋아하는 책을 들고 서울 송파구 방이점 주방에 모였다. 왼쪽부터 최오진 도곡점 주임, 이상미 부평점 주임, 김주 안양점 주임, 민균식 수원영통점장, 김은영 홍대역점 주임, 김승희 부평점장, 오청 사장.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 [조선일보]

매달 읽으라는 책이 전부 쉽지도 않다. '만화로 배우는 카네기 리더십'(아름다운사회)처럼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책도 있지만,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갈라파고스)처럼 미간에 주름이 서는 책도 꽤 있다.

김승희(37) 부평점장은 솔직히 처음에 입이 나왔다. "설렁탕 나르기도 바쁜데 웬 책까지?"

"스테이크로 따귀 맞아보신 분?"

외식업체 서빙처럼 항상 웃어야 하는 일을 '감정 노동(emotional labor)'이라고 한다. 고객은 만족해도 직원은 두개골에 사리가 생기기 십상. 김 점장은 포장주문 고객에게 실수로 한 가지를 덜 싸줬다가 대뜸 다음과 같은 항의를 받은 바 있다. "야, 이 ○어먹을 ○아! 당장 우리 집 와서 머리 박고 사과해!"

이상미(39) 부평점 주임은 "1000원 깎아달라"는 취객 요구를 거절했다가 국물 든 뚝배기가 공중으로 날아갔다. 민균식(34) 수원 영통점장은 다른 외식업체에 근무할 때 스테이크로 따귀를 얻어맞았다. "미디엄이라고 했는데 왜 웰던이 나왔어? 너 스테이크로 한번 맞아볼래?"

고객만 가슴에 불을 지르는 게 아니다. 김주(25) 안양점 주임은 대학 시절부터 파트타임으로 아르바이트하다 정식으로 입사했다. "부모님은 공무원 시험 보길 바라셨지만 저는 좀 더 활동적인 일을 하고 싶었어요. 분명한 비전을 갖고 택한 길인데, 고향의 아버지가 '설렁탕 나르려고 서울로 대학 갔느냐'고 하셔서 눈물 났어요."

"나쁜 말 퍼부은 양파는 정말로 썩더군요"

밥벌이의 설움과 애들 얼굴이 교차할 때 누구든 곱씹지 않을 수 없다. "확 때려치워?"

부평점 김 점장과 이 주임은 둘 다 주부다. 감정노동 스트레스를 풀고 친절한 태도를 유지하는 데 책 읽기가 실제적인 도움이 됐다고 했다.

"처음엔 책장이 안 넘어갔어요. 여러 권 읽다 보니 차차 책 읽는 '맛'을 알게 됐지요. 긍정에 관한 책을 읽는다고 당장 가슴에 타는 불이 식진 않아요. 그보다는, 책 읽으면서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고 '그 고객은 이런 심리였구나' '힘들지만 내가 하는 일이 이건데 잘해야겠다' 생각하는 식이죠. 글짓기 잘하는 고1 딸에게 이런 독후감을 보여줬더니 '엄마, 꽤 쓰는데?' 해서 으쓱했어요."(김 점장)

"뚝배기 던지는 고객도 있지만 '힘들 테니 요구르트라도 사 먹으라'며 1000원 더 주시고 가는 단골도 계세요. 마음먹기에 따라 사람 몸이 달라진다는 책을 읽고 정말인지 보려고 아이와 함께 물에 담근 양파 컵을 거실 양쪽에 하나씩 놓고 한쪽은 좋은 말, 다른 한 쪽은 나쁜 말을 해줬어요. 나쁜 말 퍼부은 양파는 정말로 뿌리가 썩더군요."(이 주임)

"책 읽으라니 '존중받는 느낌'이었어요"

주방 담당인 최오진(31) 도곡점 주임은 주방에서 설렁탕을 낼 때 김 솟는 설렁탕 그릇과 그걸 나르는 동료를 향해 "감사합니다"를 외치고 있다. "입사 9개월째예요. 일반사원 중에 저보다 경력도 길고 나이도 많은 '고참'이 많아요. '흥하는 말씨, 망하는 말투'(현문미디어)를 읽은 뒤 그분들에게 '여러분 모시고 관리자로 일할 수 있어 행복하다. 많이 가르쳐달라'고 했어요. 제가 동료에게 감사하다고 하면, 동료도 손님에게 흔쾌히 '감사합니다' 소리가 나오지 않을까요?"

김은영(31) 홍대역점 주임은 외식업체만 8년 근무한 베테랑이다. 다른 외식업체에 근무하다가, 이 회사 모집요강에 실린 '독서경영' 항목에 끌려 직장을 바꿨다. 김 주임은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책을 나눠 준다니까 '존중받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회사에서 격려해주는 느낌이죠. 그런 회사라면 다니고 싶다 생각했어요."

"읽기 싫다는 사람? 에이, 왜 없겠어요"

김주 안양점 주임의 경우 독서경영이 아버지 마음을 바꾼 결정적 요인이었다. 산과 책을 좋아하는 아버지가 신선설농탕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등산로 청소 봉사활동을 벌이고 매달 한권씩 책을 읽는다는 얘기에 "괜찮은 회사에 들어갔구나" 인정했다.

민균식 영통점장은 스테이크로 따귀 맞는 수모를 겪은 뒤 한동안 음주가무로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어느 날 책 좋아하는 부인이 "오빠는 고급 단어를 안 쓴다"고 지적해 뜨끔했다. 외국인이 기초적인 단어로 영어 회화하는 것처럼 원초적인 한국어를 구사한다는 얘기였다.

"연애할 때 제가 스트레스를 호소하니까, 아내가 1000페이지짜리 철학책을 건네며 '이거 읽으면 도움 될 거야. 다 읽기 전까진 연락하지 마' 했어요. 다 읽었죠. 직장 옮긴 지 3년 6개월 됐는데, 매달 책이 올 때가 되면 '무슨 책일까?' 궁금해요. 퇴근해서 씻고 나면 밤 11시. 그때부터 새벽 1시까지 부부가 사이좋게 책을 읽어요. 지식이 늘어 뿌듯한데 애는 안 생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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